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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 육아일기/초등학생

집에서 방치되는 아이들





일본에선 일하는 엄마들은 유치원보다는 보육원에 많이 보냅니다.
하루종일 맡겨놓을 수가 있기때문이지요.
근데, 그 보육원에 들어가기가 하늘의 별따기 만큼 어렵답니다.
기본적으로 맞벌이를 하거나 싱글맘이어야 하구, 그렇게 해서도 정원을 초과할 것 같으면 엄마의 일하는 시간으로 분류하여 많이 일하는 사람 우선으로 허가를 내줍니다.
또한 부모의 수입에 의하여 보육료도 달라집니다.
많은 버는 부모는 많이 내고, 적게 버는 부모는 적게 내도 되는 것이지요. ^^
고로 전업주부들은 그 문턱을 넘기가 힘드니 보육원이 아무리 집 가까이에 있어도 유치원으로 보내게 되는거죠.

유치원에선 모든 아이들 옆에 대부분 엄마들이 붙어있었기에 방치되거나 하는 모습을 보기 어려웠답니다.
방치라고 해봐야 애들끼리 유치원 옆에 있는 공원에 보내는 정도였지요.
근데,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보니 여러곳의 유치원뿐만 아니라 보육원 출신 아이들까지 있다보니 분위기가 좀 다르더라구요.

우선, 학교 행사에 참여를 하지 않는 엄마들이 보이기 시작하더라는 거죠.
수업참관이라던가, 학부모회라던가...뭐 학교측에서 행하는 나름 큰 행사들이죠.
뭐...그런것까지도 그럴 수 있다 생각합니다.
오고싶어도 못오는 그런 엄마들도 있을테니깐요. 각자 개인사정이라는 건 어디든 존재하는 거죠.





근데, 올해 둥이들과 같이 입학한 아이들중에 한 아이가 엄마들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하더군요.
올해 입학했으니 당연히 초등학교 1학년이고, 우리나라 나이로 하면 8세이지요.
여자아이인데, 그 아이는 그동안 보육원에 다녔다고 합니다.
근데, 그 아이를 보고 있자니 왠지 집에서 아무렇지않게 방치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되더라구요.

첫 입학하고 3일간은 일찍 하교를 하고, 집단 하교를 했었답니다.
그리고, 엄마가 마중을 나와서 아이를 넘겨받아서 가는 걸 원칙으로 했었지요.
엄마가 안나오면 아이는 선생님과 함께 도로 학교로 가서 엄마를 기다려야합니다.
대부분의 엄마들이 3일간은 시간에 맞춰 마중을 나갔습니다.
근데, 그 아이 첫날은 어떤 남자가 마중을 나왔고,
둘쨋날은 여자분이 나왔길래 엄마인줄 알고, 다른 엄마들이 말을 걸었더니 자신은 엄마가 아니고 부탁을 받은것 뿐이라고 하더군요.
마지막 날은 아무도 그아이를 데리러 나오지 않았습니다. --;

그 아이가 살고 있는 만숀에 같은 학교, 같은 학년의 엄마들이 여럿 살고 있는데, 그 아이가 걱정되어 지금 예의주시하는 중이랍니다.
우선은 엄마가 아침 일찍 일을 나가는 모양인데, 아이를 제대로 챙겨주지 않고 나가는지 아이가 혼자서 가방을 챙기고, 옷을 챙겨 입는다고 하더군요.
날씨를 가늠하기 힘든 아이는 날씨가 더워도 두꺼운 잠바를 껴입고 나옵니다.
그리고, 학교가 끝나면 엄마가 바로 집에 와서 나가지 말라고 해서 혼자서 엄마가 오는 밤까지 집안에서만 있는다고 하더군요.
지금 일본은 지진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시기라 아이가 혼자 집에 있으면서 지진의 강약을 판단해서 피신하기가 힘든 상황이랍니다. 이럴때 아이 혼자라니요!!

또래 엄마들과 안면이라도 익혀서 부탁이라도 하면 좋으련만 그 엄마는 그럴 마음도 없어보이더군요.
주변의 권유나 조언을 매몰차게 내치는 것 같았습니다.

어른의 관심에 목말라 있는 아이는 다른 엄마들과 대화할 기회가 생기면 봇물 터지듯 말을 쏟아냅니다.
원래부터 아빠가 없었다는 둥, 엄마가 아직 결혼을 안해서 그렇다는 둥(이건 뭔소리??), 엄마 나이가 24살이라는 둥.
전부 아이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들입니다.

미국같았으면 어린아이 혼자 집에 방치해놓는 것도 범죄이지요?
그 엄마...너무 젊어서 철이 없는 걸까요?
아이가 불쌍하고 걱정되더군요.

일본도 예전에 오사카의 한 만션에서 방치된 아이들이 죽었다는 사실에 열도가 들썩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지금 같은 만션에 사는 아줌마들은 알게모르게 그 아이를 지켜보고는 있지만 집안에서야 무슨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 없는 것이 사실이랍니다.
큰 일이 생기지 말아야겠지만...이렇게 방치되는 아이들이 생기지 말았으면 하고 바랄뿐입니다.
자신이 낳은 아이를 그렇게 방치해놓고, 일이 될까요?
자신은 샤랄라하게 차려입고, 아침부터 선그라스끼고 다닌다는데 아이는 더워지는 계절에 두꺼운 잠바를 껴입고 다니는지 어떤지도 모르는 사람이 엄마라고 할 수 있는건지...답답할 뿐입니다.

우리나라도 이런 아이들이 늘어가고 있는걸로 알고 있는데, 이런 아이들이 집에서 방치될 것이 아니라 저녁까지 마음 편하게 지낼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야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부모가 지킬 수 없다면 사회나 나라가 지켜야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