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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 육아일기/초등학생

한국사람은 한자를 잘 모른다는 말이 달갑지않은 이유





올해 초등학교 1학년이 된 둥이들!!
1학기때는 대부분을 운동회 연습으로 보내느라 학습적인 면을 보자면 줄곧 히나가라만을 배워오곤 했었습니다.
"뭐, 기본에 충실한 것이 좋으니 학교에서 제대로 가르쳐서 보내는구나~" 요렇게만 생각했지요.
그런데, 여름방학이 끝나고 2학기에 들어서면서 한달만에 카타카나를 훅~ 스치듯 배우곤 바로 한자학습에 들어가더군요. --;
언제 가타카나라는 글자를 배웠었나 싶을정도로 정말 순식간에 넘어가더라구요.

지금은 국어시간에 한자를 조금씩 섞어서 배우고 있습니다.
일본은 한자를 사용하는 나라이기에 초등학교 1학년때부터 한자를 배웁니다.
한문시간이 따로 있는것이 아니라 국어시간에 같이 배우고 있습니다.
1학년들이 익혀야할 한자는 80자입니다.
2학년들은 새로이 160자의 한자를 더 익혀야하고, 3학년에 들어서면 300자를 새로이 배워야합니다.
3학년부터 배워야하는 한자의 수가 부쩍 늘어나므로 많이 힘들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1학년 한자 80자의 포스터입니다.




일본의 한자는 우리나라에서 사용하는 정자와는 조금 차이가 있습니다만...비슷한 글자들도 많기에 어릴때부터 마법천자문을 읽어온 둥이들에게 한자는 나름 친숙한 글자처럼 다가오는 듯 하더군요.
지금은 초반이라서 그런것도 있겠지만 한자를 어려워하지 않고, 잼있다고 생각하는 듯 합니다. ^^

저도 학창시절에 한문을 배운다고 배웠습니다만 모르는 글자들이 더 많기에 둥이들과 같이 공부를 해야하는 입장입니다.
읽어서 아는 글자조차도 쓰라고 하면 못 쓰는 글자가 많거든요. ㅠ.ㅠ
제 스스로 한자를 많이 안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제가 이곳에서 한자를 읽거나 그 뜻을 알고 있거나 심지어는 쓰기까지 하면 대부분의 일본 사람들이 놀라곤 합니다.
'이게 그렇게까지 놀랄 일인가?'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반응들이 대단합니다.

영미권의 외국인들이 한자를 참 어려워하는 것은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한국사람은 한자를 외계어 보듯이 한다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답니다.
열심히 배우지는 않았다 하더라도 적어도 중,고등학교 시절에 한문이라는 수업시간이 있었으니깐요.

그런데, 일본 사람들이 말하는 걸 들으니 절 왜 신기하게 보는지 알겠더라구요.
대부분이 다른 한국사람들로부터 이렇게 들었다고 합니다.
<한국사람들은 한자를 잘 모른다. 배웠다 하더라도 사용할 일이 없어서 기억하질 못한다.>
<한국에서 한자를 잘 아는 사람들은 머리가 똑똑한 사람들이다. 학습능력이 있는 사람들이다.>

이런 말들이 달리 생각해보면 한자를 모르는 사람들은 배웠음에도 불구하고 머리가 나빠서 기억을 못하는 사람들이다...라고 들리니 기분이 좋지 않더군요.
그것도 같은 한국사람의 입에서 들으니 더더욱 자신을 깍아내리는 것 같아서 이런 말들을 들으면 기분이 묘해집니다.

생각해보니 제가 어릴적에는 신문도 한문이 섞여서 나오곤 했었는데, 어느순간부터 한글신문으로 바뀌었던 것 같습니다.
일상생활에서 한문을 접할 일이 별로 없었던 것도 같습니다.

심지어는 제가 학교를 졸업한 이후 몇년간은 고등학교에서 한문시간이 없어졌다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제가 잠시 일본어를 배우기 위해 다디던 일본어교실에 저보다 나이가 몇살 어린 한국여자분이 들어왔는데요...
그분이 일본선생님께 그리 설명을 하더라구요.
"한국에선 한자를 안 배워요. 그래서 한국사람들은 한자를 잘 몰라요~"
그러면서 저한테 동의를 구하더군요. --;
그때 알았답니다.
아~ 한문 수업시간이 없었졌던 때도 있었구나.

지금은 또 어떻게 변했는지 모르겠지만 제가 알기론 한국에서도 유치원에서부터 한자를 배우는 아이들이 많아졌다고 들었습니다.
어릴때부터 한자급수시험도 보고, 학습만화등을 통해 스스로 터득하는 아이들도 있다고 말입니다.
이런 실정이니 이젠 어디가도 한국사람들은 한자를 모른다는 얘기는 못하겠지요?? ㅎㅎㅎ

제가 잘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일본사람들로부터 <한국 사람들은 한자을 잘 모른다며?>라는 질문을 들으면 왠지 울컥하더라구요. ㅎㅎㅎ
그런 얘기들 덕분에 주변 아줌마들이 저에게 과잉친절을 베풀기도 한답니다.
유치원이나 학교에서 나누어주는 안내문을 제가 못 읽을까봐 물어보라고도 말하고, 가르쳐주기도 하고...
저한테 가끔 편지를 쓸 일이 있으면 한자을 섞어쓰지않고, 전부다 히라가나로만 적어줘서 오히려 더 읽기 힘들기도 했었습니다.

일본에서 생활을 하면서 저는 한국에서 한문을 배웠었다는 사실을 참으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전혀 몰랐다면 더 고생할뻔 했습니다. ㅎㅎㅎ
앞으로 아이들과 함께 더 열심히 공부를 해야겠지만 적어도 제 눈엔 한자가 외계어로 보이지는 않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