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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 육아일기/초등학생

국적이 다르다는 이유로 받게 되는 괴롭힘, 막상 당해보니...





지난주에 둥이들이 학교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늘 그렇듯 이런저런 얘기들을 해주었습니다.
친구 누구랑 오늘은 뭘 하고 놀았고...누구는 뭘 어쨌고...내일 준비물은 뭘 준비해가야하는지 등등...
그냥 학교에서 돌아오면 엄마에게 늘 미주알고주알 얘기를 해주는 아이들입니다.
그런데, 대화 도중에 참으로 기가막힌 이야기를 해주더군요.

단순히 친구들 얘기를 하던 도중,
"엄마~ 00는 나한테 침을 뱉으면서 <이걸로 한국인의 냄새가 나지않아!>라고 말했다."
"학교에서는 침을 뱉지 못하니깐 발로 차거나 손으로 펀치를 하거나 하기도 해~
그래서 내가 요리조리 피했어~ ㅎㅎㅎ"

"뭐라고??~~~ 뭐라고 했다고? 이게 웃을일이니?"
웃으면서 둥이들 얘기를 듣던 저는 순간 울컥하면서 기가막히더군요.
머릿속으로는 오만가지 생각이 스쳐지나갔습니다.

일본에 살면서 여러가지 얘기들을 들었습니다.
유치원때부터 외국인이라고 왕따를 당한다는 얘기, 아빠가 한국인이어도 왕따를 당할까 무서워서 일본이름으로 지었다는 얘기, 아이가 유치원에서부터 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원형탈모증까지 생겼다는 얘기 등등.
정말 얘기로만 들었습니다.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지만 둥이들이 다녔던 유치원에서는 둥이들이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괴롭힘이나 놀림을 받은 적이 한번도 없었습니다.
엄마들도 관심을 보이면 보였지 이상한 눈으로 쳐다본 적 조차 없었습니다.
그래도 학교는 다를거라 내심 각오는 하고 있었지만 막상 이렇게 둥이들 입으로 직접 듣고보니 정말 기가막히더군요.
아니 사실은 너무 놀라고, 어이가 없어서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습니다.
더 기가막혔던건 그렇게 놀리는 아이들이 둥이들과 가까운 곳에 살면서 자주 놀던 아이들이라는 점이었지요.

좋게 생각해보려고 했습니다.
아직 초등학교1학년 아이들이 뭔가를 알고 그렇게 놀리고 괴롭힌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작정하고 이지메를 하려고 했다면 같이 놀지도 않을테니깐요.
간간이 침을 뱉고, 그런 말을 입에 담으면서도 또 놀때는 같이 논다는 점이 참~ 아이러니하더군요.
아마도 고학년 형들에게서 배운 행동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만...
가만히 있을수만도 없는 일이었습니다.

일본인들의 특성상 한명이 작정하고 이지메를 시작했다면 반전체가 돌아서는 것은 시간문제이기 때문이죠.
다행히 이지메수준은 아니고, 지들은 재미삼아 놀리는 듯이 보였습니다만 그것이 얼마나 잘못된 행동인지에 대해서는 알려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되었습니다.
그래서 둥이들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친구들이 언제부터 그랬느냐고...
그랬더니 여름방학전부터였답니다. ㅠ.ㅠ
아니...왜 그동안 말 한마디 엄마에게 해주지 않았던 것인지 순간 화도 나더군요.

아무렇지않은 듯 엄마에게 얘기를 했지만 둥이들도 나름 조금의 상처라도 받았을거라 생각합니다.
그래도 엄마에겐 이렇게 말하더군요.
"한국사람이든 일본사람이든 나라만 다를뿐 다 똑같은 사람인데, 냄새가 왜 다르겠어!
걔들은 그런걸 아직 잘 모르나봐~ 그치?"
대범하게 생각하며 넘긴 둥이들이 기특하기도 했지만 우선은 알려서 더이상 이런일을 둥이들이 당하지 않게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취한 행동은 우선 학교에 전화를 걸어 담임선생님들께 이런 사실이 있었음을 알렸습니다.
둥이들 반이 나뉘어져 있으므로 각반 선생님들께 다 알렸습니다.
그리고, 그 아이들의 엄마들에게도 직접 전화를 걸어서 아이들 사이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사실대로 얘기를 했습니다.
감정을 섞어서 얘기를 하지는 않았고, 사실 그대로를 전달만 했습니다.
그래도 제가 부들부들 떨면서 전화를 했기에 목소리가 많이 떨렸을거라 생각합니다. 그들도 느꼈을겁니다.

선생님과 엄마들의 반응은 우선,
"정말 미안합니다." 였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이런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잘 지도하겠다고 하며, 이후에도 같은 일이 발생하면 또다시 알려달라고 하더군요. 본인들도 아이들이 그런 행동을 했던 것이 놀랍다고 하더군요.
제 목소리가 떨림을 느꼈는지 아이들에게도 미안하지만 엄마도 상처를 많이 받았을텐데 정말 미안하다고 하더군요.
사실 미안하다고 하는데, 더이상 무슨 말을 할 수 있겠습니까!
아이들이 아직 어려서 잘 모르고 하는 행동같다. 엄마의 말이 영향력을 많이 미칠 나이니깐 알아듣도록 잘 말해달라고만 전했습니다.

제 일본친구는 저의 얘기를 듣고, 자신이 몹시 흥분을 하더군요.
여기저기 다 전화해서 말한건 참 잘한것이다. 한명이 계속 놀리다보면 반전체가 순식간에 그 일에 동참을 하게 된다. 그것이 일본인들의 나쁜습성인데, 그걸 생각하면 자신도 치가 떨린다.
일본인을 대표한다고 하기는 뭐하지만 내가 정말 미안하다고 까지 하더라구요.

그 이후 전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며칠째 계속 두통에 시달리고 있는데, 둥이들은 아무일도 없었던 듯 잘먹고, 잘놀고, 잘자네요~
참! 속도 좋다는 생각이 듭니다.

외국에 살면서 국적이 다르기에 생길 수 있는 괴롭힘은 각오를 하지않으면 안됩니다.
정도에 따라 다를뿐 학교내에선 자신들과 다른것에 대해서 배타적인 아이들이 있게 마련이니깐요.
사실 왕따라는 것은 국적뿐만 아니라 뭔가 빌미를 잡게 되면 자국 친구들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에 국적이 다르다는 것은 좋은 빌미가 되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한국학교로 옮기고 싶은 생각도 없고, 다른 학교로 가고 싶은 생각도 없습니다.
이런 문제는 어느곳을 가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에 피한다고만 해서 해결되는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우선 그런 일이 생겼을 때, 본인이 괴로울때 언제든 부모에게 말을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사소한 괴롭힘정도는 이겨낼 수 있는 강한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꾸준히 여러가지 상황들을 알려주는 것도 중요한 일이라고 봅니다.
주변에서 가끔 듣는 일이기도 하지만 꼭 이렇게 괴롭히는 친구들은 가장 가까웠던 친구들인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아이들의 친구들 얘기도 잘 들어봐야할 것 같습니다.


아이들이 외국에서 큰 상처를 받지않고, 즐거운 학창생활을 보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런 일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일종의 전쟁놀이처럼 생각하는지 둥이들은 학교생활이 참 즐겁다고 하네요.
일단은 안심입니다. ^^

p.s 오늘 둥이들이 학교를 다녀와서는 그 친구들과 다시 사이좋게 지내기로 했다고 하네요. ㅎㅎㅎ
선생님께서 중재를 해주셨고, 그 친구들도 둥이들에게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다고 합니다.
앞으로 사이좋게 지내자고 약속했다며 오늘도 그 친구들과 같이 집에 오고, 그 친구들과 같이 놀다가 들어오더군요.
아직은 어린 아이들이기에 화해도 참 빨리 진행되는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