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살면서 그다지 이웃들과 왕래없이 지내다가 3년전 둥이들이 유치원에 들어가게 되면서 알고 지내는 일본 아줌마들이 늘어나게 되었습니다.
일본아줌마들의 모임은 일본사람들조차도 끼어들기 힘들다는 점이 특징이라고 여기저기서 듣고 있었기에 솔직히 전 별로 기대는 하지 않았습니다.
일본인조차도 끼기 힘든 사람관계에 일본어도 어눌한 외국인인 제가 자연스럽게 들어간다는 것은 기대하지 않는 편이 속 편하다고 생각했답니다.
그래도 한류열풍이 일고 있는 일본이기에 특히나 아줌마들에게는 더더욱 친근한 한국드라마가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기에 적어도 왕따는 당하지 않겠거니 라고 그 당시에는 막연한 생각만을 가지고 있었답니다.
솔직히 저는 상관없지만 엄마가 어디에도 끼지 못하고 겉도는 모습을 보여주면 아이들도 그렇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기에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내성적인 제가 제 성격대로 생활해서는 안되겠다고 생각을 하고 있었답니다.
그런데 의외로 둥이들이 다니는 유치원 엄마들은 첨부터 저에게 너무나도 살갑게 다가왔고, 친절을 베풀어 주었답니다.
일본어도 모르는 둥이들까지도 아이들에게 당부해가며 챙겨주라 말해주더군요.
아이들끼리는 말이 안통해도 잘 어울리기는 하지만 엄마가 당부하니 둥이들을 더 챙겨주는 모습까지도 보여주더군요. 너무나도 고마웠답니다.
한류열풍 덕이라 그렇게 생각하면서 정말 한류배우들이 그렇게 고마울수가 없었답니다.
근데, 몇달이 지나도록 제게 한국드라마나 배우들에 대해서 말을 거는 사람은 별로 없었답니다.
같은 유치원 아이를 키우는 부모로써 아이들 교육이나 생활, 일본어를 몰라서 생기는 불편함은 없는지에 대해서 말을 걸고 챙겨줄 뿐이더군요.
저는 그게 너무나도 좋았답니다.
어떤 한가지 이유로 맺어진 관계는 그것이 필요없어진 상황에서는 깨지기 십상인데, 이런 일상적인 내용들로 맺어진 인연은 꾸준히 가게 되기때문이지요.
그러나 나중에 알게 되었답니다. 그게 저를 위한 배려였다는 것을 말입니다.
한국드라마나 음악에 관심이 없었던 것이 아니라 저를 똑같은 아이엄마로 먼저 받아들여 준 것이었지요.
유독 한류배우들에 관심이 많은 아줌마들도 많았답니다.
팬클럽까지 가입해서 활동할 정도니 그 정성이 눈물겨울 정도였지요.
그런 분들은 저에게 한국어를 가르쳐달라고 요청하기도 합니다.
한국사람인 저를 만난 걸 행운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더군요.
그러나 전 늘 그 분들의 요청을 거절했답니다.
첫번째 이유는 제가 한글을 전문적으로 가르칠 자신이 없다는 것이었지요.
사실 둥이들 한글 가르치듯이 가르칠 수도 없는 노릇이고, 한번도 제대로 한글을 누군가에게 가르쳐본 적이 없는 제가 제대로 가르칠 수 있을지가 의문이었답니다.
괜히 가르치고, 욕먹는 경우도 있을 수 있기에 미리 그런 자리는 사양을 한 것이지요.
전문적인 학원이라면 말이 다르겠지만 친분있는 사람들을 가르친다는 것은 그만큼의 위험부담도 따른답니다.
어설프게 시작했다가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욕은 욕대로 먹고, 그나마 있던 친분도 깨지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지요.
장소 또한 누군가의 집이 될테고, 다만 백엔을 받더라도 금전적인 문제도 발생하기 마련입니다.
아이들이 엮여있는 친분관계로 인해 불만이 있어도 서로가 말을 못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고, 그것이 쌓이다보면 돌이킬 수 없는 관계가 되기도 합니다.
결국 두번째 이유는 제가 이런 소중한 인연들을 한글강습으로 인해 깨고 싶지 않았기때문입니다.
그래도 한국 사람이라고 특별히 부탁을 한 사람들에게 막무가내로 거절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겠지요?
전 늘 이렇게 말했답니다.
<내가 전문적으로 가르칠 능력이 안되서 돈받고 가르치는 것은 못하겠다. 그렇지만 모르는 것이 있으면 그때 그때 알려주는 것은 가능하다. 그러니 언제든 편하게 물어봐라~> 라고 말입니다.
그렇게해서 팬클럽에서 사용할 플랭카드에 쓸 문구도 한국어로 가르쳐주고, 발음 연습도 시켜주고 그러기는 했답니다.
그것만으로도 너무 고마워 하더라구요.
일본에 사시는 한국분들 중에는 그런 부탁을 거절하지 못해서 자신의 집에서 한국어 강습을 시작했다가 마무리를 잘 하지못해서 곤란을 겪는 분들도 많이 보았답니다.
욕을 먹으면서 괴로워하는 분들도 더러 계시고 말입니다.
전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위험부담을 안고 가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아시죠?
말하는 것과 가르친다는 것을 별개의 일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한국말을 할 줄 아는 한국사람이라고 해서 한글을 잘 가르칠 거라는 생각은 큰 오산인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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