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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이맘의 일본생활

일본인에게서 받은 한글편지를 읽고 빵 터진 사연





제게는 일본인이지만 한국인같은 느낌의 그런 친구가 한명 있습니다.
둥이들이 유치원에 들어가면서  마마토모(아이들을 통해 사귀겐 된 엄마들)로 사귀었는데, 지금은 그 이상의 친구가 되었습니다.
서로 국적이 다를 뿐 꼭 고등학교 때 친구같은 그런 느낌의 친구랍니다.
그 친구덕분에 제가 이곳에서 잘 적응하고 지낼 수 있었기에 은인과도 같은 친구지요. ^^

사실 나이는 저보다 2살 많지만 이곳에서는 나이가 많다고 해서 언니라는 호칭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나이와 상관없이 다 친구입니다. ㅎㅎㅎ
그 친구는 원래 관서지방 출신이라 제가 있는 관동지방 사람들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릅니다.
남의 일을 자기 일 처럼 신경써서 챙겨주고, 서로 고민상담도 하고, 줄서서 기다리는 거 진짜 싫어라하고, 약간은 직설적인 성격이라 한국사람과 분위기가 비슷하답니다.
그래서 제게는 참 편안한 느낌을 주는 그런 친구지요.

그 친구는 늘 자기 친정에 다녀오면서 무엇인가를 사다줍니다.
1년에 2번이상을 다녀오는데, 갈때마다 오미야게를 사다 주더군요.
저도 고맙고, 미안하기도 해서 그 친구가 이번에 설을 지내러 친정에 내려갈때 한국김을 선물로 주었습니다.
그냥 김은 잘 안먹는다고 해서 맛김을 선물로 주면서 친정엄마께 드리라고 했지요. ㅎㅎ
그 친구의 친정어머니께서도 저를 잘 아십니다.
만난 적은 없지만 그 친구가 전화로 매일 제 얘기를 하기 때문이지요. ^^;
고마운 친구를 낳아주신 분이시니 그 고마움을 이렇게나마 표현하고 싶었던 것이지요.

사실 비싼 것도 아니고, 이곳 마트에서도 구입할 수 있는 것이 한국김입니다.
그래도 이곳에서 파는 것이 아닌 한국에서 공수해 온 김이 조금 더 맛있기에 가끔 제가 나눠주곤 한답니다.
그 집 아이들이 한국과자인 바나나킥과 고구마깡을 너무나도 좋아해서 그것도 가끔 사다줍니다. ㅎㅎ

그런데, 그 김 선물을 받으신 친구의 엄마가 제게 편지를 쓰셨다고 합니다. 그것도 한글로 말이지요.
전화로 미리 그 얘기를 들은터라 기대가 되더군요.
설연휴가 끝나고 만난 친구는 자신이 준비한 오미야게와 어머니께서 준비해주신 오미야게, 한글편지를 저에게 주더군요.
그러면서 "엄마가 쓴 편지가 말이 되는지 한번 읽어봐~" 라고 하더군요.

펼쳐보니 컴퓨터로 쳐서 프린트를 하신 편지더라구요. 그래도 한글로 적혀있길래 물어보았습니다.
"엄마가 한글공부하셔?"
"아니~ 아마도 자동번역기를 돌리신 것 같아. 그러니깐 이상할지도 몰라. 읽어봐~"

한글을 전혀 모르시는 나이드신 분이 제가 한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인사를 전하고자 자동번역기까지 돌려가면서 한글편지를 쓰신거더라구요.
제가 일본어를 읽을 줄 안다는 것도 아시지만 그 나라 언어로 적는 것이 예의라고 생각하신 것 같습니다.
그 마음만으로도 너무 고마웠답니다.








고마운 마음으로 편지를 읽었는데, 첫줄부터 막힙니다. --;

 주거지응
선물 고마워요
언제나 00를 누를 수 있는 악어 되어 있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00

도대체 첫번째 줄의 <주거지응>은 무슨 뜻일까요?
편지를 시작하기전에 쓰는 기본 문구일거라 생각은 하는데, 무슨말이 번역된 것인지 도대체 모르겠습니다.
두번째 줄은 분명히 <프레젠토 아리가토우 고자이마스> 라고 쓰시고 번역기를 돌리신 것이겠지요.
그리고 또 막힙니다.

<언제나 :이쯔모> ,  <00를 :친구의 이름입니다> , <누를 수 있는 악어 되어 있습니다 :? >
갑자기 악어가 왜 튀어나왔을까...곰곰이 생각해 본 결과 의문이 풀린 후 다시 읽으면서 신랑과 포복절도 했습니다.
이것이 자동번역기의 한계임을 절실히 깨달았답니다.
요즘 자동번역기가 굉장히 발달했다고 들었던 것 같은데, 자동번역기를 백프로 믿으면 안되겠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아마도 친구의 어머니께서는 <오세와니 낫떼 오리마스 : 신세지고 있습니다> 라는 뜻으로 쓰셨을 것입니다.
그런데 자동번역기는 <오세와니>라는 말을 <오세루: 누를 수 있다>,<와니 : 악어>로 번역을 해서 <누를 수 있는 악어>로 나온 것이지요.

둥이들이 이 편지를 보면서 그러더군요.
<엄마! 아줌마를 눌러버리라는 얘기가 아닐까?? --;>
설마...자기 딸을 눌러버리라고 편지에 썼겠니...ㅠ.ㅠ

뒷부분은 <낫떼 오리마스 : 되어 있습니다> 로 따로 번역이 된 것이구요.
마지막의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코레까라모 요로시쿠 오네가이시마스>라는 말이 됩니다.

결국,
<언제나 00가 신세지고 있습니다.>라는 말이
<언제나 00를 누를 수 있는 악어 되어 있습니다.> 로 번역이 된 것이지요.
이걸 어떻게 첨부터 이해할 수 있겠습니까!!
무슨 암호도 아니고 말이지요. --;



친구에게도 이제서야 엄마가 주신 편지의 내용을 알게 되었다고 말하면서 설명해주니 웃더군요.
어머니~ 감사드립니다.
뒤늦게 이해했지만 그 어떤 선물보다도 기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