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둥이맘의 일본생활

떠돌이족을 만들어 내는 일본의 전근문화





일본에 살면서 많은 사람들과 교류를 하면서 알게 된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전근족들이 상당히 많다는 것입니다.
제가 사는 지역이 신칸센 역과 그리 멀지 않은 탓인지 이 동네에는 전근족이 꽤나 많이 있답니다.

일본사람들이 전근족이라고 말하는 이들은 말 그대로 아빠의 직장관계로 몇년 단위로 계속해서 이사를 해야만하는 가족들을 말합니다.
무슨 전근을 그리도 많이 시키는 것인지...솔직히 지켜보고 있으면 안타까울 때가 있습니다.

전근의 기간은 보통 2-3년인 경우가 많고, 간혹 한번 이사를 해서 오래 그 지역에서 사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도 언젠가는 또다시 이사를 해야한다는 생각을 다들 하고 지내더군요.
언제 갑자기 발령이 날지 어느지역으로 발령이 날지 아무것도 모른채 전근시기가 다가오면 다들 두근두근 하는 모양입니다.
제 주변에도 3/1정도의 사람들은 전근으로 인해 이사를 온 경우랍니다.

둥이들이 유치원에 다닐때도 중간중간 전학을 가고, 전학을 오는 경우들이 꽤 되었답니다.
보통 전근은 4월을 기점으로 대대적으로 이루어지는데, 간혹 중간중간 발령을 받게 되어 움직이는 경우도 드물지는 않다고 합니다.
무슨 전근을 이리도 많이 보내는지...그냥 한곳에 있으면 안되는 것인지...

일본땅이 길다보니 출장으로는 해결이 되지 않기에 각 지점으로 발령을 내서 인력을 움직이는 것 같기는 합니다만...
솔직히 가족들이 있는 경우 아빠의 발령지에 따라 온 가족이 함께 움직여야하니 그만한 고충도 없는 듯이 보이더군요.
아이들이 어리면 또 모를까 초등학교에 입학까지 하고나서 전학을 몇번씩 가야하는 경우는 얼마나 난감할까 제가 다 심란하더군요.

물론 전근으로 인해 이사를 하게 되는 경우 회사쪽에서 이사경비의 전액을 지불하게 되고, 월세 역시 회사에서 대부분을 보조해 준다고 합니다.
큰 회사의 경우는 지역별로 사택이 준비되어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지역마다 집값이 다르므로 그지역의 땅값에 따라 보조금이 달라지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단지 돈의 문제를 떠나서 어딘가에 정착해서 살 수 없는 떠돌이 인생을 몇년씩 살아야한다는 사실에 다들 한숨을 쉽니다.
발령도 미리미리 알려줘서 준비라도 할 수 있게 해주면 좋으련만 정말 한달전쯤에나 말해주는 것이 대부분이라 부랴부랴 모든것을 준비하는 것이 버겁다고 하더군요.
아이들이 유치원이나 학교를 다니게 되면 이사갈 지역에서 그런 모든 시설역시 알아봐야하고, 신청을 해야하니 시간적으로 정신적으로 부담이 크게 되는 모양입니다.

사실 저의 친한 친구 역시 이번에 전근을 가게 되었습니다.
이곳에 올때 2-3년을 기약하고 오기는 했습니다만 생각보다 머무는 기간이 길어져서 그러려니 했는데, 결국엔 올것이 왔더군요.
그 친구에게는 다행인 것이 자신의 고향으로 남편의 발령지가 정해졌기에 그나마 편한 마음으로 갈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어릴때 한 곳에 정착하고 싶다고 하더군요.
저에게는 정말 친구라고 말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는데, 요즘 참 맘이 심란합니다. ㅠ.ㅠ
(일본에서는 친구와 친한사람은 구분을 하는 것 같더라구요. ㅎㅎ)
그래도 친구에게는 잘 된 일이니 기뻐해주어야하는 것이겠죠?

일본사람들은 결국엔 대부분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어합니다.
회귀본능이 상당히 강한 민족이라고 익히 들어 알고는 있었는데, 정말 그런듯 하더군요.
결국 아이들의 초등학교시절까지는 아빠랑 같이 다닐 결심들을 하지만 그 이후에는 고향으로 돌아가서 그곳에서 정착을 하고 싶어합니다.
그래야 집도 사고, 아이들도 학교에서 정착할 수 있고, 맘 편히 지낼 수 있으니깐요.
아이들의 교육문제로 인해 결국엔 아빠들은 홀로 움직여야만 하는 상황이 되는 것이지요.

우리나라도 그렇고, 다른 나라에서도 전근이라는 문화가 흔하지 않다고 하는데, 일본만 독특한 문화가 자리를 잡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전근문화가 맘에 안드는 사람이 떠날땐 기쁠 수도 있는 문제인데, 친한 사람이 갈때는 가슴 한켠이 무너지는 상황이 되기도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