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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이맘의 일본생활

일본 대지진의 참사! 그 안에서...




먼저 무탈하게 살아남아 이렇게 안부를 전할 수 있다는 사실이 감사할 따름입니다.

지진발생

2011년 3월 11일 일본 동북지방에 진도9.0의 사상 최대의 지진이 발생했었죠...
세계적으로 볼 때 역대 4위, 일본 역사상 최대 규모의 지진이라고 하니 할 말이 없습니다.

금요일 오후, 둥이들 유치원버스 마중 갈 시간이 오후 3시라 나갈 차비를 하고 있던 중 집이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늘 그랬듯 이러다 말겠거니 생각했는데, 흔들림이 멈출 생각을 안하고, 점점 더 심해지더군요.
집안에서 제대로 걸을 수 조차 없을 지경이었습니다.
주변을 둘러보니 텔레비젼이 쓰러질듯 말듯 흔들리고, 냉장고 위에 올려두었던 작은 물건들이 떨어지기 시작했지요. 부엌을 보니 식기들이 떨어질듯 말듯 하여 안으로 조금 밀어넣고, 언제든 뛰어나갈 수 있게 문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잠시 후 지진은 잠잠해졌는데, 집안의 불이 다 꺼져버리더군요. 정전이 된 것이었지요~
이럴 때 둥이들이 눈앞에 없는 것이 참으로 불안했습니다.
얼른 차비를 하고, 버스정류장에 나가보니 같은 유치원엄마들도 모여서 난리가 났습니다.
아파트처럼 큰 건물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밖으로 뛰쳐나와 있었고, 아직 나오지 않은 사람들도 집안의 문을 활짝 열어 놓고 있더군요. 언제든지 나갈 수 있도록 말입니다.

웅성웅성 얘기를 하며 기다리고 있는데, 3시가 지나도록 버스가 오지 않더라구요. ㅠ.ㅠ
큰 길 쪽을 보니 정전이 되서 신호등이 전부 꺼져버린 상태라 교통이 마비되어 있었지요.
아무래도 버스가 출발을 하지 않았거나 출발했더라도 위험하기때문에 유치원으로 돌아간 것 같다는 생각에 일본친구의 차를 타고 유치원으로 아이들을 직접 데리러 가기로 했습니다.
출발 전 여진이 일어났습니다.

전 제 눈으로는 첨 보았습니다.
건물이 그렇게 흔들리는 모습도, 차가 뒤집어질 듯 기우뚱기우뚱 하는 모습도, 사람들이 소리지르는 모습까지도...전부 다 첨 보았습니다.
진원지인 동북지방은 진도 9.0, 제가 있는 요코하마는 진도 5강 이라고 하더군요.
유치원으로 미친듯이 달려가 아이들을 확인할 때까지 정말 제정신이 아니었답니다.
울면서 나오는 아이들을 보니 정말 눈물이 흐르더라구요.
아이들을 데리고 동네까지는 왔는데, 무서워서 집으로 바로 들어갈 수가 없어서 다들 그 추운 밖에서 덜덜 떨며 상황을 지켜보았습니다.
어두워질 무렵 우선은 집으로 들어가기로 하고 집에 들어왔습니다.


지진을 대비해 책장을 천장과 고정시켜놨는데요, 지진의 영향으로 고정대 일부가 틀어져버렸답니다. --;

지진의 여파

정전으로 인하여 깜깜한 집안은 더더욱 무서웠답니다.
일단 손전등을 찾아 불을 켜고, 물과 가스가 나오는지 확인을 했습니다.
다행히 저희집은 물과 가스는 나오더군요.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서 급히 욕조에 한가득 물을 받았습니다.
단수가 되버리면 마시고, 씻는 물이 문제가 아니라 화장실 물이 문제가 되는 관계로 물이 꼭 필요하다는 얘기가 생각났거든요.
그리고나선 이미 전기가 나간 전기밥솥의 남아있는 밥을 긁어서 아이들에게 먹였습니다.
만일 다시 여진으로 큰 지진이 발생하면 밥이고 뭐고, 굶어야하니 먹을 수 있을 때 먹어야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이들은 배고픔을 잘 참지 못하니깐요~

정전으로 인터넷도 안되고, 전화도 불통이라 신랑과 연락할 길이 없어서 막막하더군요.
수십통 걸어 겨우 연결된 한 통에 안부를 전했습니다. 무사하다고...걱정말라고...

전철이 끊겨서 올 수 없는 신랑도 많이 불안했을테니 빨리 오라고 말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더라구요.ㅠ.ㅠ

정전이 되고 나니 난방이 되질 않아 집안이 너무 춥더군요.
전 괜찮지만 아이들이 감기에 걸리면 안되니 두꺼운 이불을 여러개 꺼내서 덮고, 그 안에 손난로 몇개를 넣어두었더니 나름대로 따뜻해지더라구요. 밥 먹고 배부른 아이들은 그 안에서 잠이 들었답니다.
잠든 아이들을 바라보며 깜깜한 방안에 앉아있자니 그 사이 참았던 눈물이 줄줄 흘러내렸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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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랑의 아름다운 발

밤9시가 넘어서 전기가 들어오고, 불통이던 전화에 메세지가 한 개 왔습니다.
"지금 집에 가고 있어요!"
전철도 끊긴 이 상황에 어떻게 동경에서 집이 있는 요코하마까지 온다는 것인지...전화를 해봤지만 역시나 불통!!
8시정도에 출발했다던 신랑은 밤 12시반 경에 집에 도착했습니다.
동경에서 요코하마까지...걸어서 왔다더군요~. ㅠ.ㅠ
총 20km정도 거리에 4시간 반정도가 걸렸답니다. 깜깜한 곳에서 무서워하고 있을 가족들이 걱정이 되서 무조건 걸어서 왔다고 합니다.
구두를 신고 그렇게 걸어서 집에 온 신랑을 보니 눈물이 날 것 같더군요.
그리고, 그 발은 상처가 나서 피가 나고 있었지만 제 눈에는 너무 예뻐보였답니다.



                          20km를 4시간 반동안 걸은 발치고는 양호한 편이죠? ㅎㅎ


전쟁터를 방불케하는 마트 안

식료품을 사러 오후에 마트에 갔습니다.
마트안은 식료품을 사재기하러 온 사람들로 그야말로 전쟁터 같더군요.
이미 많은 것들이 다 떨어져서 텅텅비어버린 마트...사람들만 북적거렸답니다.
가장 인기있던 것은 아무래도 생수와 계란, 빵, 콘프레이크, 3분카레 같은 것들이었습니다.




               아무것도 없는 마트 진열대와 피난민들을 연상케하는 계산대 앞의 사람들의 줄


지진 그 이후

오늘 아침 한국에서 걸려오는 안부전화에 몸살을 앓을 지경이었답니다. ㅎㅎㅎ
쓰나미에 쓸려가지는 않았는지 다들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더군요.
텔레비젼에서는 진원지였던 동북지방의 처참한 모습이 계속해서 방송되고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지진후의 쓰나미!!
물이 불보다 더 무섭다더니만 이렇게 가까운 곳에서 보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어제에 이어 계속해서 늘어나는 사망자와 행방불명자들...
그들이 합쳐서 2800명을 넘었다고 합니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와중에도 집이 흔들립니다. 계속되는 여진이겠지요.
큰 지진 후의 여진은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더 이상의 큰 지진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오후 원자력발전소에서 폭파사건이 일어났지요.
다행히 원자로는 무사해서 방사선이 노출되지는 않는다고 하니 일단은 안심이 되지만 지진 후 일어나는 쓰나미, 화재, 폭발, 여진로 인해 너무 많은 것이 파멸되고, 많은 사람들이 죽고, 다치고, 마음에 상처를 입었습니다.
어제의 지진으로 사람이 자연재해 앞에서 얼마나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는지를 정말 절실하게 깨달았습니다.




      쓰나미로 인해 초토화가 된 마을...ㅠ.ㅠ 지도상에서 없어진 마을이 한두 군데가 아니라고 합니다.
                                                     마음이 아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