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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이맘의 일본생활

일본 지하철에서 임산부였던 내가 열받은 이유





어느 나라 지하철이나 겉모습에는 큰 차이가 없으나 내부 분위기는 사뭇 다른 것 같습니다.
첨 일본에 와서 지하철을 탔을 때는 너무나도 조용한 분위기에 조금 당황했었답니다.
어느정도 시끌시끌한 분위기의 우리나라 지하철과는 대조적이었지요.
지하철내에서 핸드폰으로 통화하는 사람 보기도 힘들었고, 하더라도 정말 간단히 말하고 끊더군요.
그런 분위기에 저도 전화가 걸려오면 길게 말할 수가 없어서 지하철에서 내리면 전화하겠다고 말하고 끊었답니다.
원래는 이게 지하철내에서의 에티켓이지요?? ^^

다른 사람을 쳐다보는 사람도 별로 없고, 다들 각자 자기 할일(?)을 하더군요.
우리나라 지하철에선 사람을 뚫어지게 쳐다봐서 민망하게 만드는 사람들이 꽤 많았는데 말입니다.

그런데, 제가 잘 몰랐던 사실을 임산부가 되고나서 깨닫게 된 것이 있었답니다.
바로 일본사람들이 임산부나 노약자에게 자리를 양보하는데 있어 매우 인색(?)하다는 사실이었지요.
우리나라에선 노약자나 임산부에게 대부분의 사람들이 관대하지 않나요?
더더군다나 노약자석이라면 두말할 것 없이 자리를 양보해야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지요?

 

우선석이라는 글씨와 함께 누구라도 알아볼 수 있게 그림까지 그려져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노약자석이라 하지않고, 우선석이라 부릅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일본사람들이 지하철이나 버스안에서 자리를 양보하는 걸 보기는 참 어렵더군요. 
제가 배가 별로 안나온 임산부였다면 누구라도 몰라서 그랬으려니 했을겁니다.
그런데, 아시다시피 전 쌍둥이를 가진 산모였던지라 배도 남들의 2배크기만큼 부풀려져 있는 상태였지요. ㅠ.ㅠ
막달에는 그 몸으로 서 있기조차 힘들어 외출을 많이 자제했었는데, 나가봐야할 일이 생겨서 쌍둥범과 함께 시내를 나간적이 있었습니다.
나름대로 한가한 시간대에 전철을 탄다고 탔는데도 불구하고 시내다보니 지하철에 앉을 자리는 별로 없더군요.
일반석으로 가자니 좀 미안한 생각에 노약자석(우선석)으로 가서 서있었습니다.

우선석에는 건강해 보이는 젊은 사람들이 다 앉아서 자리를 채우고 있더군요.
근데, 그 사람들 중 누구도 임산부인 저를 보고 자리를 양보해주는 사람이 없었답니다.
다른 자리도 아니고, 우선석인데 말입니다. 제가 그때 얼마나 당황했는지 모릅니다.
나중엔 힘이 들어서 열이 받더군요. --;
자는척을 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떳떳하게 눈을 뜨고 딴짓을 하고 있는 사람들도 많았답니다.
그렇다고 제 자리도 아니니 비켜달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식은땀을 흘리면서 버틸 수 밖에 없었답니다.

제 옆에 있는 쌍둥범이 앞에 앉아있는 사람들을 무섭게 쳐다보고 있으니 한참을 가서야 민망한지 일어서더군요.
버스에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노인이나 임산부들에게 자리를 양보해주는 걸 보기가 하늘에 별 따기 만큼 어렵습니다.
자리를 양보해주는 사람들은 대부분 40-50대의 아주머니들입니다.
임산부 시절을 경험한 그분들이 임산부의 고충을 알기에 비켜주시더군요. --;
그 당시 일본사람들은 참 냉정한 사람들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었지요.
그런데, 알고보니 이것 역시 지역적 특성이 있어서 동경 주변의 도회지 사람들이 좀 정이 없는 편이구요, 시골분들은 말도 걸어주고, 자리도 양보해준다고 들었습니다.

저만 그런 일을 당했을까 생각했었는데, 한국에서 주재원으로 살다온 일본친구 역시 그리 말하더군요.
"한국사람들은 노약자나 임산부에게 너무 상냥해~ 근데, 이눔의 인간들(일본사람들)은 뭔 생각을 하는지 자리 양보를 안 해~ ㅎㅎㅎ "

또 한가지 한국과 크게 다르다고 생각했던 점은 일본사람들은 전철내에서 만화책을 많이 본다는 사실이랍니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남녀노소할 것 없이 만화책을 들고 보고있더군요.
우리나라 전철에서 특히나 성인들이 만화책을 읽는 모습을 보기는 어려운데 말이죠.
그래서 전철안에서 눈을 둘 곳이 없습니다. 여기저기서 다양한 만화들을 많이 봐서 말입니다. ^^

요즘엔 스마트폰이 대세라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만화책도 열심히 보지만 스마트폰을 들고 이것저것 많이 한다고 합니다. 조금 달라진 풍경입니다.
한국에 주재원으로 나갔던 그 일본친구가 그러더군요.
한국 지하철안에서 습관적으로 만화책을 들고 봤더니만 어떤 할아버지가 막 야단을 치시더랍니다.
어른이 체통머리없이 만화책을 본다구 말이지요. ㅎㅎㅎ

요즘 일본방송의 공익광고에 지하철에서 임산부에게 자리를 양보해주는 장면이 나오더라구요.
앞으로 공익광고 덕에 아름다운 장면들이 많이 연출될려는지 기대가 됩니다.


이 글은 어디까지나 제 개인적인 경험을 적은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