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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이맘의 일본생활

시부모님을 자주 모시는 난 착한며느리?





지난 주에 저희집에 시부모님께서 오셨다고 제가 말씀드린적이 있죠?
귀한 손주들이 너무 보고싶으셔서 둥이들이 태어난 이후 1년에 3번씩 일본을 방문하시는 시부모님이십니다. ^^
한번 오시면 기본 2주 일정으로 계시지요~

둥이들이 어릴때는 시부모님이 오신 2주간은 제가 쉴 수 있는 기간이었답니다.
늘 아이들과 집안에 콕 박혀서 생활하는 며느리가 안쓰러워서 오시면 저에게 쉴 시간을 많이 주십니다.
맛있는 것도 많이 해주시고요.
몸보신을 하는 기간이라고도 할 수 있지요. ㅎㅎㅎ

그러나 둥이들이 커가면서 유치원과 학교를 가게 되고, 자연스레 손이 덜 가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시부모님은 꾸준히 오십니다.
이젠 도와주러 오시는 차원이 아니라 손주들이 보고싶으셔서 오시는거지요.
멀리 떨어져사니 자주 찾아뵐 수 없어 죄송할 따름입니다.
그래서 애들이 어려서 많이 이쁠때 자주 보여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답니다.
오셔도 놀아주시느라 바쁘시거든요.
둥이들과 집안에서 숨바꼭질도 해야하고, 종이접기도 해야하고, 밖에 나가서 놀기도 해야하고 말이죠. ㅎㅎ

그러나, 이런 제 얘기를 들으면 일본 엄마들은 저를 굉장히 착한 며느리 취급을 해줍니다. --;
어떻게 친정부모님도 아니고, 시부모님과 2주씩이나 같이 지낼 수가 있냐고 말이죠.
사실 친정부모님이라도 해도 오래 같이 있으면 불편해진다면서... ^^
같은 일본에 살아도 자신들의 부모님들은 그리 자주 안오시는데, 외국에서 오시면서 그렇게 자주 오시냐며 놀라워 합니다. ㅎㅎㅎ
사실 한국은 외국이라고 하기엔 너무 가까운 나라이긴 하지요. ㅎㅎ

사실 첨엔 저도 부담스러웠답니다.
아무래도 신경을 계속 써야하는 게 사실이니깐요~
그러나 그것도 몇년 계속 하다보니 익숙해져서 그런지 2주가 어쩔땐 굉장히 짧다고 느껴지기도 한답니다.
이번에도 그렇네요. 벌써 한주가 지났습니다. ^^
다음주면 가실텐데...공항에서 눈물 흘릴 둥이들 생각하면 맘이 아프네요~

시부모님이 오래 계신다고 해서 제가 뼈 빠지게 일하는 건 아닙니다. ^^
그저 전 옆에서 재잘재잘 수다를 떨어주면 된답니다. ㅎㅎ
딸이 없으신 시부모님께서는 무뚝뚝한 아들들에게서 들을 수 없는 여러가지 얘기를 저한테서 다 들으십니다.
주로 반은 애들얘기, 4분의 1은 신랑얘기,4분의1은 제 얘기의 비율로 들려드립니다.

아무리 손주들이 보고싶다 하더라도 집안에서 2주를 계신다면 정말 무료하셨을텐데...
저희 어머님 성격이 여장부십니다. ㅎㅎ
말 안통해도 어떻게 해서든 뜻이 통한다는 일념하에 정말 잘 다니신답니다.
소심하고 겁 많은 저는 가본적이 없는 곳은 선뜻 가질 못하는데...어머님은 다르십니다.
여기저기 겁없이 다니신답니다. ^^
일본어 전혀 모르고도 마트가서 물건 사는 것이야 누구나 하는 것이지만 마트가 아닌 시장같은 곳에 가셔서 덤까지 얻어오시기도 하십니다.
심지어는 케익집에 가셔서 케익 예약도 잘 하고 오십니다.

일본은 생일 케익을 바로 사올 수 있는 곳도 있지만 주로 예약을 많이 받는답니다.
미리 만들어두면 상하거나 유효기간이 지나서 버릴 걸 생각해서 그런지 몰라도 생일케익의 경우 몇일전에 예약주문을 받는것이 관례처럼 되어있습니다.
아이들 생일케익의 경우 그림을 넣기때문에 그렇다고도 하더군요.
어쨌거나 작년 둥이들 생일에 생일케익을 사오겠다며 나가신 시부모님!!
오전에 가셨는데, 오후 5시에 다시 찾아러 가야한다며 예약을 하고 왔다고 하시더라구요.

"일본어로 물어봤을텐데, 뭐라고 하셨어요?" 하고 여쭈어보니...제과점 종업원이 말 안통하는 외국인임을 알고 상당히 당황을 한 것 같더라구요. ㅎㅎㅎ
어머님께서 "버스데이 케키!!" 라고 말하시니 종업원이 메뉴판을 가져왔다고 합니다.
맘에 드는 걸 골라서 이걸 달라고 하니 내일까지 된다고 했다더군요.
우리 어머님 단호한 어조로 " 노! 투데이 이스 버스데이!!" 라고 대답하셨지요. ㅎㅎㅎ
종업원은 이해하겠다는 말투로 "아! 투데이!" 라고 말했고,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에이트"라고 말했답니다. ^^
뭔지 아시겠어요? 오후 8시까지 만들어 두겠다는 얘깁니다.
그 얘길 들으시고, 너무 늦어서 안된다고 생각하신 어머님은 다시 한번 단호하게 말씀하셨답니다.
"노! 화이브!"
당황한 종업원과 제빵사들이 몇 번 의견을 교환한 후 알겠다고 대답했다더군요~ ㅎㅎㅎ



문제의 케익입니다. 일반 초코케익인데 뭘 그렇게 만드는데 뜸을 들이는건지 모르겠습니다. --;


그렇게 둥이들은 할머니, 할아버지가 어렵게 사오신 생일케익을 먹으며 생일파티를 했답니다.
그 얘길 일본친구들에게 해줬더니 다들 당일도 가능하냐며 놀라워하더군요.
그 후 친구가 케익집에 문의를 했더니 절대로 당일날은 만들어 주지 않는다고 답했다 합니다. ^^
자기네 집에서는 당일 날 만들어준 적이 없다나 뭐라나...ㅎㅎㅎ
아무래도 영어가 취약한 케익전문점 사람들이 외국인에게 영어로 설명하기도 어렵고, 일본어로 말해도 안 통할 것 같으니 무리해서라도 만들어 준 듯 합니다. ^^


 

자신들의 생일파티에 앞서 옷차려입고 즐거워하는 둥이들입니다.


시부모님이 친정부모님만큼 편하지 않다는 것은 인정합니다.
그러나, 모든 시부모님들이 불편한게 아니라 시부모님과의 관계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저를 착한며느리라 부르는 일본 엄마들 중에는 시댁에 이틀만 갔다와도 일주일간 우울증 증세를 보이는 사람도 있습니다. 뭐 그렇게까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만...
단 하루라도 시부모님과의 관계가 불편한 관계라면 그 하루가 지옥과 같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론은 제가 착한며느리라서가 아니라 제 시부모님께서 저를 편하게 해주시는 분들이기에 자주 모실 수 있게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