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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이맘의 일본생활

일본병원에서의 출산 경험담





오늘은 일본 산부인과에서 둥이들을 낳은 후 보낸 일주일간의 경험을 적어볼까 합니다.
제 이웃이신 클라라YB님께서 출산을 앞두고 계셔서 그런지 저도 둥이들 출산 당시가 생각나네요~ ㅎㅎ
출산후기는 블로그 초창기에 올렸던 관계로 생략하고, 병원 생활만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쌍둥이 출산후기를 보시고 싶으신 분들은 아랫글을 참조해 주세요~



제가 둥이들을 임신하고, 구청에서 산모수첩을 받은 후 추천받은 산부인과는 집에서 가장 가까운 곳이었답니다.
버스를 타고 가야하는 곳이었지만, 개인 병원치고는 꽤 규모가 큰 산부인과라는 점과 쌍둥이 출산경험이 풍부한 원장샘이 계시다는 장점에 이끌려 가게 되었답니다.
단지 동네에서 좀 큰 병원정도로만 알고 가게 되었는데, 출산 후 시간이 지난 뒤에 알게되었답니다.
그 병원이 일본에서 제일 출산률이 높은 산부인과라는 사실을요~ ㅎㅎㅎ 멀리서도 오더군요.

병원 진료시간은 아침 7시부터 오후 3시까지였는데, 그걸모르고 오후 느즈막히 간 저희 부부는 첫날부터 헛걸음을 하게 되었답니다.
알고보니 분만을 전문으로 하는 병원들 시간은 대체적으로 그렇더군요.

그 병원에서 무사히 둥이들을 자연분만으로 출산했으나, 둥이들은 저체중으로 인해 인큐베이터에 들어가게 되었답니다.
그 병원의 인큐베이터가 꽉 찬 관계로 어쩔수없이 둥이들은 엄마와 떨어져 대학병원 인큐베이터에 들어가게 되었으니 저는 병원에 입원해 있는 일주일동안 아이도 없이 쓸쓸하게 보내게 되었답니다.
일본 산부인과는 우리나라와 달리 2박3일만에 퇴원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일주일간의 입원기간을 보내게 됩니다.
산후조리원이라는 개념이 없어서 그런지 모든것을 병원에서 교육해 주더군요.

아이들은 없었지만 일주일간 저는 나름 스파르타 교육을 받았답니다.
우선 새벽 5시반에 기상을 했고, 모든 산모들이 줄을 서서 진료실에 가서 진찰을 받는답니다.
진료가 끝나면 진료실 옆에 있는 방에 들어가 원장선생님께 교육을 받습니다.
그 교육이라는 것이 민망하게도 가슴맛사지랍니다. ㅠ.ㅠ
아무리 원장선생님이 연로하신 할아버지라해도 남자인데, 가슴을 내밀고 맛사지 교육을 받는다는 사실은 조금 꺼림칙하기는 하더라구요.
그러나, 일단 들어가면 그런 생각은 사라집니다.
젖이 제대로 안도는 산모들은 원장샘께 호되게 야단을 맞느라 정신이 없거든요. ㅎㅎㅎ
"가슴이 아플정도로 짜주지않으면 젖이 돌지 않는다. 지금 이정도가 아프냐?! 이것도 못참으면 엄마가 될 수 없다.
아이를 생각하면서 참아라. 모유가 나오지 않는 엄마는 없다. 게으르기때문에 안나오는 것 뿐이다."
--;
그 분이 매일 하시던 말씀입니다.

그리고, 병실에 올라가면 식사가 준비되어 있답니다.
식사는 두 종류로 일식과 양식으로 나누어져 있답니다. 전날 본인이 신청하는 것으로 가져다준답니다.
전 일식이 맞지않아 주로 양식을 먹었답니다. 빵, 홍차, 스크램블, 야채...뭐 이런 음식들이지요. ㅎㅎㅎ

 

 

병원식사의 일례입니다.



식사가 끝나면 전문 간호사들에게 가슴맛사지를 받으러 교육장으로 가고, 아기 인형을 가지고 목욕교육도 받는답니다.
우리나라와 틀린 점은 출산 후 담날부터 샤워가 허용된다는 점이지요.
병실에 샤워실이 붙어있는 곳도 있고, 대중 샤워실이 설치되어 있기도 하답니다.^^
출산 후 첫날 전화가 걸려옵니다.
서비스로 머리를 감겨줄까, 발 맛사지를 해줄까...하구요~
전 한국사람이라 첫날부터 머리감으면 산후풍올까 무서워 발맛사지를 해달라고 해서 받았답니다. ^^




병원에 있는 미용실과 샤워실입니다.


다른 산모들은 3시간 간격으로 신생아실에 가서 모유수유를 하고 옵니다만...저는 홀로 병실에서 열심히 모유를 짰습니다.
그 모유를 쌍둥범이 둥이들이 있는 병원으로 배달해가곤 했지요~
그렇게 일주일을 보내고, 마지막 날은 시험을 봅니다.
전 일본어가 서툴던 때라 시험예고를 텔레비젼 방송으로 한 모양인데, 전혀 모르고 있었답니다.
다들 줄을 서서 원장샘앞에서 구두 시험을 보고 있더군요.
원장샘 방에서 들려오는 호통소리!! 허걱~ 했답니다.

우선을 줄 서서 사람들이 하는 말을 주워들었습니다.
일단 문제는 엄마가 아이를 위해 매일 해야하는 일은 무엇인가?! 였던 것 같습니다.
답은 4가지였던것 같은데...
첫번째가, 열이 나는지 확인할 것.
두번째는 배가 아프지는 않은지 확인할 것
세번재는 아이가 건강하게 잘 노는지 확인할 것
네번재는 아이의 수면상태를 확인할 것

이 대답을 제대로 못하면 야단도 맞고, 목소리가 작아도 야단을 치시더군요.
4명씩 들어가서 시험을 보는데, 드디어 제 차례에서 솔직하게 얘기했지요~
일본어가 서툴러서 완벽하게는 잘 모르겠다고...ㅎㅎㅎ
아는것만 말해보라고 해서 3가지를 말했더니만 친절하게 나머지 한가지를 알려주시면서 저에게는 머리가 좋다며 칭찬까지 해주시더군요. ㅎㅎ
그렇게 시험은 무사히 넘어갔고, 마지막으로 졸업식을 마치고, 집까지 차를 태워줘서 편하게 왔답니다.
제가 출산한 이 병원에서는 산모들 졸업식을 합니다.

훌륭한 엄마가 되기위한 여러가지 방법들을 알려주시는 것이지요.
아기들은 모두 천재라면서...그것을 알아보고 키워주는 것은 엄마의 몫이라고 말이지요~ ^^
그 때 잠시잠깐이라도 조는 산모가 있다면 모든 이들 앞에서 망신을 당하기도 합니다.

병원에서 받은 그 교육들이 굉장히 일정이 빡빡해서 힘들었지만 어디서도 받을 수 없는 교육들이었고, 제게는 참으로 많은 도움이 되었답니다.
일본엔 산후조리원이 없어서 조리는 다 했다고 포기하고 있었는데, 일주일간 병원에서 지낸 시간들이 나름 조리원 생활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의 산부인과 역시 분만 병원보다는 부인과 진료병원들이 많은 것이 사실이라 분만을 하기위해 병원을 이곳저곳 찾아 헤매는 사례들이 참으로 많습니다.
분만비도 너무 비싸서 보조금이 나오다고는 하나 턱없이 부족한 관계로 출산을 하기위해 빚을 지는 사례들도 많습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일본은 자연분만이 보험적용이 되지않는 관계로 제왕절개보다 더 비쌉니다.
지역마다 병원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보통 단태아 출산의 경우 약 50만엔(한화로 약5-6백만원)의 비용이 들어갑니다.
물론 일주일 입원비를 포함해서지요~
비용적인 측면에서 비싼 것은 사실이지만 전 일본병원에서 둥이들을 자연분만으로 낳을 수 있었고, 더없이 친절한 서비스를 받았으며, 교육까지 받았으니 이곳에서 출산하기로 한 제 선택이 현명했다고 생각합니다. ^^
신랑도 옆에 함께 있을 수 있었으니 말입니다.

일본의 산부인과들이 모두 친절하고, 시설이 좋은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일본의 병원중에서 산부인과와 소아과가 가장 불친절하다는 말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이것은 제가 겪은 일본 산부인과의 경험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