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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이맘의 일본생활

일본에서 첨 받아본 연하장 거절하는 엽서





벌써 12월도 3분의1이 지나버렸네요.
전 12월초에 일본으로 시부모님께서 오셨기에 조금 바쁘게 보냈답니다.
오신지 벌써 1주가 지났고, 이번주 주말이면 한국으로 돌아가신답니다.
덕분에 포스팅 1개 하는것도 버겁네요. ㅎㅎ

12월은 연하장의 계절입니다.
사실 요즘엔 문자나 이메일로 많이들 대체하는 분위기라 연하장을 보내는 것은 다소 생소한 일이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저도 한국에 있을 때는 언젠가부터 신년카드를 별로 사지않았던 것 같아요.

일본 역시 젊은이들은 그렇게 간단히 인사를 대신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직까지는 디지털식이 아닌 아날로그식의 신년인사를 합니다.
11월부터 일본의 우체국에서는 연하장 판매를 시작하고, 연하장을 사기위해 사람들은 끝도없는 줄을 섭니다.
저는 보낼곳이 많지않기에 느즈막히 가서 사곤합니다만 대부분은 100장 내외의 엽서를 장만합니다.
우체국 엽서하단에는 복권번호가 적혀있고 당첨이 되면 선물을 주곤 합니다.
그렇기에 저렴하기도 하고, 복권번호까지 붙어있는 우체국엽서를 일본사람들은 선호하더군요. ㅎㅎ

사실 12월 말에 보내는 연하장이야 별로 새로울 것은 없습니다. 
그런데 이곳 일본에서는 11월에 보내는 엽서가 있더군요.
저도 올해 처음으로 받아보았습니다만 이게 무슨 뜻인가싶어 일본 친구에게 물어보기까지 했답니다.
몰라서 실수하는 일이 생기면 안되니깐요.




엽서 내용은 <喪中(상중)>으로 시작을 합니다.

대충 짐작이 가시나요?
그렇습니다.
상중임을 알리는 엽서랍니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올한해 집안에 돌아가신분이 계시기에 신년 연하장을 받지않겠다는 엽서랍니다.
이 엽서를 상중엽서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한해동안 직계가족중에 누군가가 죽으면 주변에 이를 알리고, 내년의 신년축하엽서를 받을 수 없음을 알린다고합니다.
아무래도 상중에 신년을 축하드립니다라는 인사를 하는 것이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하기에 이를 모르고있던 주변인들에게 한달전에 미리 알려주는 배려를 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연하장을 보내야하는 사람수만큼 상중엽서를 준비해서 보내야하니 많이 번거로울텐데도 이렇게 엽서를 보내는 것은 그들만의 배려심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 엽서를 받으면 연하장을 보낼 때 이 사람의 연하장은 제외를 하고 보내는 것이죠.

올해는 3.11대지진이 있었기에 많은 사람들이 죽거나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그래서 올해 일본사람들은 연하장을 보내기에 앞서 걱정이 많았다고 하더군요.
누군가가 죽어서 상중엽서를 받았다면 연하장을 보내지않으면 되겠지만 가족들은 무사하지만 그 외의 모든것을 잃은 사람들도 많기에 (신년을 축하합니다)라는 문구를 사용하기가 껄끄럽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올해 연하장에는 새로운 문구를 적어넣은 엽서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하는군요.

우리 모두 다같이 힘을 냅시다.
우리는 일어설 수 있습니다.
마음으로부터 응원하겠습니다.
등등...의 새로운 문구들이 속속 나오는 모양입니다.

이 엽서를 받고보니 유쾌한 기분은 아니더군요. 직계가족의 죽음을 알리는 것이니깐요.
그러나 그들만의 배려심을 엿볼 수 있었고,디지털문화가 아닌 아날로그방식이 사람들간의 유대감을 좀 더 끈끈하게 해준다는 느낌도 많이 들었답니다.
저에게는 일본생활 몇년에 걸쳐 첨 겪어본 새로운 경험이었답니다.



p.s 11월말 경 <TV동화 행복한세상> 작가님으로부터 또 한통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오지랍넓은 아이들덕에 넓어져만 가는 엄마의 인맥 이라는 글이 또 방송으로 제작되게 되었답니다.
방송날짜가 결정되면 이웃분들께 다시한번 보고하겠습니다.
이런일은 몇번이 생겨도 마음이 콩닥콩닥 설레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