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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이맘의 일본생활

해외생활하는 사람에게 외국어 잘하냐고 묻지말자!





외국에 나가 살면서 가장 많이 받는 스트레스 중 하나가 언어가 아닐까 싶습니다.
언어만 된다면야 가족들과 떨어져 산다는 것 이외에는 삶에서 크게 달라질 것이 없으니깐요~
오래된 친구만은 못하겠지만 친구도 사귀면 되고, 그 나라 문화는 살아가면서 배우면 되고, 길을 모르면 물어보면 됩니다. 문제가 생기면 상담을 받으면 되고, 물건을 살때도 흥정이 가능합니다.
이 모든게 그 나라 말이 가능하다는 전제하에 이루어지는 것들입니다.

그렇다고 언어가 안되면 생활이 불가능하느냐!!
그건 아닙니다. 생활의 범위가 좀 좁아지고, 외로워질 수는 있지만 생활은 가능합니다.
마트가서 물건 살때는 한마디 말 없이도 산더미같이 물건을 살 수가 있거든요.

제가 일본에 사는 몇 년동안 일본어가 거의 안되는데도 불구하고 몇년을 잘 살았으니 누구나 와서 살 수 있답니다. ㅎㅎ
근데, 다른 의미에서 언어때문에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답니다.
한국에 가면 주변사람들로부터 꼭 듣게되는 질문이 있습니다.
아니...심지어는 질문도 하지 않고, 당연하다는 듯이 말을 합니다.
"일본에서 몇 년 살았으니 이제 일본사람처럼 말하겠네~"
헐~! 산다고 다 말하나...--;
첨에 들었을 땐 웃으면서 "아니야...살아봐~ 언어라는게 쉬운게 아니더라구..."라며 말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것도 한두번이지...계속 듣다보면 짜증이 납니다.
내가 아니라는데...왜 살아보지도 않았으면서 당연하다는 듯이 말을 할까...ㅠ.ㅠ
압니다. 저도 한국에서만 살았을때는 그렇게 생각했었거든요.
"현지에서 사는데 말하는 건 기본아니야? " 라구요!!

전 결혼해서 일본에 바로 와서 살게 되었답니다.
한국에서 기본적인 문법이라던가 뭐 이런건 공부를 했었답니다.
쌍둥범과 연애장소로 섭외를 했던 곳이 외국어 학원이었고, 그중 선택받은 언어가 일본어였거든요.
매일 만나서 같이 공부 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곳이었죠~
그때는 일본에 와서 살게될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해본 적이 없던 때였답니다. ㅎㅎㅎ
사람일이란...알 수 없는 거더라구요~
어쨌거나 문법공부까지 했겠다...그래도 몇달 학원생활했으니 말은 못해도 알아는 듣겠지...라고 생각했었답니다.

그런데, 직접 와서 생활해보니 정말이지 짧은 문장조차도 제대로 들리지가 않더군요. 기가막힐 노릇입니다.
그러면 눈에 불을 켜고 공부를 했었어야겠지만...제가 그런 성격은 못되서 느긋하게 지내면서 집밖으로 잘 안나가게 되더라구요~ 일본사람들이 말 걸까 무서워서 말이죠...ㅠ.ㅠ 제가 이렇게 소심합니다.

일본어학원을 매일 다니면 많이 늘었겠지만...제가 유학이나 어학연수를 온 것도 아니고, 결혼해서 살림하는 여자가 몇달치 학원비인 몇십만엔이라는 돈을 내고 다닐 수는 없었답니다.
그래서 알아본 결과 외국인을 위해 일본어를 저렴하게 가르쳐주는 곳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되었고, 최대한 가까운 곳을 찾아서 가게되었는데, 첨 간 곳이 절입니다. ㅎㅎㅎ
1년에 3000엔만 내면 일주일에 1시간씩 일본어를 가르쳐줍니다.

그렇게 다니며 조금씩 일본어를 늘려가던 중에 둥이들을 임신하게 되어 방콕신세가 되어버렸답니다.
학원은 자전거를 타고다니던 거리인데 임산부는 자전거를 타면 위험하고, 걸어가는 건 10미터만 걸어도 빈혈이 심해져서 주저앉는 상황이라 병원만 겨우겨우 다니는 신세였지요.
둥이들 태어나고부터는 바깥 바람은 쌍둥범이 있는 주말에만 쐴 수 있었답니다. ㅠ.ㅠ
아무도 도와주는 사람없이 혼자 둘을 볼려니...이거 손이 열개라도 부족할 지경이었답니다.


이 분들 키우느라 몇 년간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고 살았네요~ ㅎㅎ


그러니 안그래도 잘하지도 못하는 일본어는 배웠던 것도 다 까먹어가는 실정이고, 더 기가막힌건 한국사람이라고 아는 사람이 신랑밖에 없고, 애기 둘밖에 없으니 한국어조차도 까먹어가더라는 것이죠~
30년 이상을 모국어로 사용해오던 한국어를 말입니다.
한국에 나가 친구들과 얘기를 할려고 치면 머릿속에선 떠오르는데 입으로는 말이 안나오는 현상이 일어나더군요.
결국 바보취급받기 전에 입을 다물어버리곤 했답니다. ㅠ.ㅠ

그런 저의 상황을 알리없는 친구들은 그저 부러워하며 말합니다. 악의가 없다는 건 누구보다 잘 압니다. ^^
"야! 넌 좋겠다~ 일본어도 이젠 몇 년 살았으니 잘 할테고...애들도 그곳에 사니깐 2개국어는 기본이잖어."
이젠 그냥 웃습니다.
'니들이 그 사실을 이해하겠냐!! 한국어도 까먹어가는 이 현실을 말이다...ㅠ.ㅠ'

이런 제 심정을 국제전화임에도 불구하고 자주 전화해주는 친구에게 말했더니만...그 친구가 저보다 더 안타까워하면서 정말로 열심히 전화를 해주었답니다. ㅎㅎㅎ 국제전화비를 쏟아부으면서 말이죠~
그 친구에게 미안해서 인터넷폰 설치까지 하게 되었답니다. ㅎㅎㅎ

친구의 전화와 더불어 마련한 대책이 책 읽기였지요.
저 그닥 책을 좋아라하는 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 위기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둥이들 키우면서 우선은 육아서부터 잡았습니다.
한페이지 읽다가 젖주러 가고, 한페이지 읽다가 분유타고, 돌아와보면 어디까지 읽었는지 기억도 안나고...ㅠ.ㅠ
이런 생활을 꾸준히 몇달하다보니 점점 책 읽기에 속도도 붙고 이해력도 좋아지기 시작했답니다.
저 그 친구의 전화와 독서 덕분에 한국어가 다시 일취월장하게 되었답니다. ^^

 

한국어 보존을 위해 사다 나른 책들
높은 곳의 책들은 부모책, 아랫부분은 둥이들 책입니다.


일본어는 둥이들이 유치원 들어가기 시작하면서부터 저도 사용량이 많아짐에 따라 점점 실력이 향상되었지요.
그렇다고 아직 일본사람처럼 말하는 수준은 아니랍니다.
그래도 저를 친구라고 불러주며 매일매일 대화해주는 일본 마마토모(엄마친구)들이 있기에 학원다니는 것보다도 빨리 늘긴 했답니다.

모국어든 외국어든 역시나 친구가 가장 중요함을 느꼈답니다. ㅎㅎㅎ
물론 연애를 하는 것이 젤 빨리 느는 길이겠지만 전~임자가 있었거든요~ *^^*

물론 부지런히 공부하시는 분들중에는 현지생활 1년만에도 능숙하게 그 나라 언어를 구사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제가 안되었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그렇다는 것이 아니랍니다.
저 같은 사람들도 적지는 않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특히나 애기 키우는 주부들은 대화상대도 거의 없고, 애 놔두고 배우러 다닐수도 없는 상황이기에 현지생활 몇년과는 전혀 상관없는 분들이 많으십니다.
혹시 주변에 그런 분들이 계시다면 제발 이 말만은 묻지 말아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이제 외국에서 몇 년 살았으니 외국어는 당연 잘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