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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 육아일기/초등학생

일본친구에게 한국책을 읽어주는 딸아이를 보며 경악한 이유




이제 초등학교 2학년이 된 둥이들에게 친구들이라 함은 일본친구들을 말합니다.
주변에 한국사람들이 별로 없는 곳이기에 학교 전체를 통틀어 한국사람이 둥이들 뿐이거든요.
그래서 친구들과 있을땐 한국어를 사용할 일도 없고, 친구들과 함께 한국책을 읽을일은 전혀 없을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1학년이었던 작년의 어느날, 지금은 전학을 가버린 딸래미의 아주 친한 친구가 집에 놀러온 적이 있었지요.
사실 밑에 유치원에 다니는 남동생이 있는 그 아이는 유치원에 행사가 있을때마다 엄마가 유치원에 가야하기때문에 저희집에 놀러온답니다.
엄마들끼리 친구사이이기에 자주 오고가며 놀았고, 서로의 사정을 잘 알기에 엄마에게 바쁜일이 생기면 서로 아이들을 돌봐주곤 했거든요.
아이들을 맡길곳이 없는 처지의 사람들끼리 서로 돕는거지요. ㅎㅎ

딸아이하고도 친하게 잘 지내기에 집에서 놀려도 전혀 부담이 없어 그날도 학교끝난 후 2-3시간을 집에서 맡아주기로 했답니다.
하교후 집에 온 아이들은 여자아이들답게 손씻고, 간식을 먹은 후 조용히 방에서 숙제를 하더군요.
숙제가 끝난 후 친구가 딸래미에게 부탁아닌 부탁을 합니다.
집에 있는 수많은 한국 동화책을 보더니만 자기는 한국어를 모르니 책을 읽어달라고 하더라구요.

그 아이는 자신의 엄마가 영어를 잘 하는데다가 외국인 친구들이 주변에 많은것을 보고 자랐기에 엄마처럼 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던 모양입니다.
게다가 자신도 유치원때부터 가장 친한 친구가 한국인이라서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한국어를 자주 듣게 되어 자연스레 외국어에 대해 관심을 많이 갖게 된 것 같았습니다.
그렇기에 솔직히 들어도 잘 모를텐데 한국동화책을 읽어달라 부탁까지 하게 된 것이지요.
모르는 언어를 듣는것이 그리도 좋은 모양입니다.

딸아이는 친절(?)하게도 그 부탁에 순순히 응해주더라구요.
그리 어려운 부탁도 아니니깐요.
전 그냥 부엌에서 일하며 두 아이가 노는 것을 흘끔보면서 귀로만 듣고 있었습니다.
근데, 딸아이가 책을 읽으며 친구와 대화하는 내용을 듣고 경악하지 않을 수 없더라구요.

딸아이가 고른 책의 내용때문이었는데요.
딸아이가 고른 책은 위인전이었고, 그 중에서도< 김구>였답니다.
수많은 동화책을 내비두고 왜 하필 위인전을 골랐으며, 그 중에서도 왜 <김구>였어야만 했는지...

 




사실 아이들은 어려서 둘다 역사에 대해서 잘 모릅니다.
그러니 일부러 그런 책을 골랐을리 없다는 것을 엄마인 저는 잘 압니다.
아이들은 괜찮은데, 아는게 병이라고 괜히 엄마인 제가 맘이 불편해지더군요.
위인전 중에서도 김구라 하면 일제시대에 관한 역사적 사실이 안나올리가 없으니깐요.

다행이라고 해야하는지 딸아이의 친구는 책의 내용을 한국어로 읽어주고 있는데도 그걸 번역해서 알려달라고 하지않은채 그저 듣고만 있더군요.
그런데, 책에 나온 그림중에 일본순사에게 고문을 받는 장면에서 이게 뭘 하는 것이냐 물어보더라구요.




아이들 눈에는 고문받는 그림조차도 그저 신기하게 보였던 것 같습니다.
딸아이는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기 시작했답니다.
(일본사람들이 막 때리고, 욕하고 그랬대. 일본사람들 정말 나쁘다!  그치?) 
역사는 모르지만 본인이 일본사람인데, 일본사람 나쁘다는 얘기를 듣는 친구의 기분이 좋을리는 없겠지요.

얘기를 듣는 제 마음도 참으로 불편했습니다만 그렇다고 도중에 딸아이를 말리면 분위기만 더 이상해질 것 같아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는데, 결론은 참으로 아이들답게 내리며 끝을 맺더라구요.
기분이 별로 좋지 못한 친구아이가 이렇게 말하더라구요.
(한국사람이라도 때리고 욕하면 나쁜사람인 거잖아.)
그 얘기를 듣고 딸아이도 맞장구를 치면서,
(맞아! 누구든 다른 사람에게 나쁜말을 하고, 때리면 다 나쁜 사람인거야.) ㅎㅎㅎ

그리고선 사이좋게 마지막까지 읽어내려갔답니다.
휴~
역사적인 문제가 얽혀있는 나라에 살고 있는 것이 불편할때는 이런때가 아닌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