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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이맘의 일본생활

일본아줌마들에게 신김치를 선물로 준 후 돌아온 반응은?





이웃분들 명절 연휴는 잘 보내셨나요?
전 이곳에서 그냥 별다른 것 없는 일상을 보냈답니다.
아이들도 학교에 가야하고, 신랑도 출근을 해야하는 관계로 부모님께 드리는 전화도 전날 미리 드렸지요.

매년 인사를 하면서도 가족들이나 친구들은 늘 한결같이 질문을 하더군요.
"거긴 안쉬어?"
"언제부터 휴가야?"
ㅎㅎㅎ 저도 또 쉬었으면 좋겠는데, 일본의 설날은 1월1일이기에 그때의 긴 연휴가 지나고나면 일상생활로 돌아오게 됩니다.
초등학교방학 또한 한국에 비해 굉장히 짧기때문에 아이들도 학교로 가고요.
명절이라고 특별한 음식을 해먹은 건 아니지만, 오후에 들이닥치 꼬마손님(?)들 덕에 저는 분주하게 보냈습니다..
또한 오후부터 내리던 비가 저녁엔 함박눈으로 변해서 펑펑 쏟아지는 바람에 집안에서 조신하게 보낼 수 밖에 없었지요.
다음날 아침 출근길이 난장판이라고 계속해서 텔레비젼에 나오는군요. --;


외국에서 한국김치를 원없이 먹는다는 건 거의 사치에 가깝다는 말이 있을정도로 김치는 금치에 가깝습니다.
일본 기무치는 영~ 입맛에 맞질않고, 일반 일본마트에서 파는 한국김치는 맛도 조금 다르지만 가격도 너무 비쌉니다.
저의 경우는 보통때는 이곳에 있는 한국식품점에서 인터넷으로 주문해서 배송받아 먹고 있는데요.
한번 주문할때의 양은 10킬로 정도랍니다. 여름엔 5킬로정도씩 주문하구요.
물론 한국에서 사 먹는 김치에 비하면 비싼 편이지요.


그런데, 겨울이 되면 시어머님께서 김장을 하시기에 직접 담근 김치를 많이 보내주신답니다. ㅎㅎㅎ
우리가족의 즐거움이지요.
아이들도 할머니께서 담그신 김치는 잘 먹는 편이거든요.
올 겨울에도 변함없이 어머님께서는 김장김치를 15킬로도 넘게 통에 담아 보내주셨습니다.
어마어마한 배송비를 지불하고 말입니다.

그런데, 하필 얼마전에 제가 김치를 5킬로정도 주문한 탓에 집에 김치가 쌓이게 되었답니다.
우리나라처럼 김치냉장고를 보유하고 있지 않은 저희집으로서는 난감할 따름이었지요.
겨울이라고 해도 그리 춥지않은 관동의 날씨로 보아 밖에다 두면 김치가 팍~ 익을 것이 자명한 일이기때문이지요.
게다가 김치가 해외배송되어 오던 중에 공휴일이 하루 끼어버리는 바람에 배송까지 지연이 되어 그사이 조금 익어버리기도 했답니다.
보통 배송물건이 김치일 경우는 폭발의 두려움이 있어서 그런지 한국에서 아침에 부치면 그 다음날 오후엔 저희집에 배송이 될 정도로 굉장히 빠르거든요. ㅎㅎㅎ
김치가 무섭긴 한가봅니다.

냉장고에 다 들어가지도 않는 김치를 어쩌나 생각하다가 이참에 나눠먹자 싶어 일본친구들에게 조금씩 나누어주기로 했습니다.
조그마한 통에 가득도 아니고, 3분의2정도를 담았습니다.
매워서 못 먹으면 어쩌나 하는 마음도 있고, 제가 맛을 보니 그사이 좀 많이 익어서 기무치를 먹는 일본사람들이 못 먹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저한테는 신김치도 귀한 음식인데, 못먹는다는 이유로 버려지면 제 가슴이 아프니 조금씩만 맛배기로 주자는 심정이었지요.



 제가 김치를 나누어주었던 통들입니다.  





그렇게 나누어주니 한 친구는 그 양에 놀라더군요.
"이렇게나 많이?? 이건 우리집 한달 먹을 분량인데..."
그 말에 제가
"ㅎㅎㅎ 그건 우리집에선 하루나 이틀이면 다 먹어버릴 분량인데...^^" 라고 말하니 깜짝 놀라더군요.
다른 친구들도 한국에서 직접 만들어서 보내준 김치라니 너무 기대된다면서 이렇게나 많이 줘도 되냐면서 비슷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주면서 걱정스런 마음에
"김치가 배송되는 과정에서 조금 많이 익었다. 신 맛때문에 바로 먹기가 힘들면 찌개에 넣어서 먹던지 아니면 돼지고기랑 볶아서 먹으면 맛있게 먹을 수 있을거다." 라고 간단한 조리법과 함께 주었답니다.
그 후에 김치를 받은 친구들은 반응은 걱정했던 제 마음의 응어리를 한방에 날려주었지요.

"김치가 너무 맛있어서 온 식구가 하루만에 다 먹어버렸다."
"난 신김치가 너무 좋아. 더 신것도 좋은데..."
"반은 그냥 먹고, 반은 돼지고기랑 볶아서 먹었는데, 어떻게 먹어도 맛있더라."
"우리 남편은 한국김치 아니면 못먹어." ㅎㅎ

일본 사람들도 매운맛에 많이 강해졌나 봅니다.
김치를 잘 먹는 줄은 알고 있었지만 신김치까지 좋아할 줄은 몰랐네요. ^^
정말로 마트에서 파는 일본기무치를 못먹는다는 일본사람들도 꽤나 많이 있을정도니...다들 김치맛을 알아가나 봅니다.

어쨌거나 전 김치 나눠주고, 크게 인사를 받았습니다.
일본 아줌마들의 규칙처럼 깨끗하게 씻어서 돌려주는 통은 빈통인 법이 거의 없을 정도랍니다.
하다못해 아이들에게 줄 사탕이나 초코렛으로라도 채워서 주더라구요.
역시 나눠먹는 음식이 젤 맛있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
이곳에서도 정을 배워갑니다.